
제가 예전에 작고하신 수덕사의 원담 스님을 뵌 적이 있습니다. 스님은 글을 잘 쓰셔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글씨를 하나씩 써 주시곤 했는데, 그날 제게 글을 써 주실 때 먹이 선지 위에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스님께서는 종이를 바꾸지 않으시고, 떨어진 자리에 덧씌워서 글을 적어주셨습니다. 당연히 글씨가 균형이 안맞을 수 밖에요. 다른 사람들에게 써 주신 글씨는 균형이 잘 맞았습니다. 저는 글을 받는 입장에서도 썩 마음이 내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글씨를 다쓰신 후 주욱 늘어 놓으시고는 제게 주실 글을 가리키면서 '이게 오늘 제일 잘 써졌네."하셨습니다.
지금 이 그림에 떨어진 먹은 살려서 글씨를 쓰기에는 너무도 어려운 위치에 먹물이 떨어졌습니다. .......
아아아~~~~~ 어찌 해야 하나요?
저는 지금도 어려운 처지에 빠질 때에는 그 때를 생각합니다.
이 그림의 밖에 있는 서예가(아마 저일지 모르겠지만요.)는 이제 중심추를 늘어뜨려 붓길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한 다음 마음을 모아 글을 써 내려가겠지요.
저는 지금 이런 보석돌이 있다면 금년 초에 작고하신 아버지의 신주를 만들고 싶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 나서 처음 맞는 추석이 돌아옵니다. 날이 갈수록 아버지가 그립습니다.
출처[포털아트 - juri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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