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풀린 평화, 김종배님의 꽃사발 그리고 꿈
불의 기운이 넘친 사발이 부드러운 수묵적인 분위기에 고요하고도 정적이다.
모든 질서의 본원은 무질서라 했던가? 단정한 탁자보의 배경은 몽환적이다. 인위의 구도와 우연의 번짐이 대응하면서도 조화를 이룬다.더욱이 질서적인 사발의 입술과 무질서적인 가마자국 굽이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사발이 지닌 부드러운 선의 포용감, 화려하지 않은 무늬, 도기질의 민요(民窯)에서 보는 소박한 서민의 터치인가 했더니 청화백자의 사치스러움도 내보이는 잔잔한 사발의 꽃그림이 그림을 더 차분하게 한다. 질펀하지 흥분도 없는 꽃이다. 함박꽃인가? 삶이 녹아있는 사발... 찻사발에서부터 국사발, 밥사발, 막걸리잔까지 그런데 이 그림에서 느끼는 사발은 정화수 사발이다. 꽃이 담겨져 있을 뿐.
'꿈'이라니... 잠에 든 꽃사발. 옛날 아이가 기가 약하고 가위에 자주 눌리면 머리맡에 물사발을 두면 그러하지 않았단다. 작가가 꿈꾸는 평화가 잔잔히 번지는 그리움이 그것인가? 책상 곁에서 침대 앞으로 작품을 옮겨 걸어 두었다. 제격이다. 호강에 겹다.
김종배 화백님께 감사한 마음과 한편에는 죄송스럽다. 열독(?) 팬으로 보답하리라.
출처[포털아트 - 땡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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