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23일 월요일

붓-그림자놀이


여기 돌과 붓이 있습니다. 이 돌은 얼마나 아름답고 귀한 보석인지 아름답고 찬란한 광채를 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제 역사를 적어가려 합니다. 화려한 보석의 기에 눌려 감히 붓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 그런데 망설이다가 그만 붓에 먹혀 있던 먹이 선지 위에 떨어졌습니다. 망설이다가 얼룩을 내다니....

제가 예전에 작고하신 수덕사의 원담 스님을 뵌 적이 있습니다. 스님은 글을 잘 쓰셔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글씨를 하나씩 써 주시곤 했는데, 그날 제게 글을 써 주실 때 먹이 선지 위에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스님께서는 종이를 바꾸지 않으시고, 떨어진 자리에 덧씌워서 글을 적어주셨습니다. 당연히 글씨가 균형이 안맞을 수 밖에요. 다른 사람들에게 써 주신 글씨는 균형이 잘 맞았습니다. 저는 글을 받는 입장에서도 썩 마음이 내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글씨를 다쓰신 후 주욱 늘어 놓으시고는 제게 주실 글을 가리키면서 '이게 오늘 제일 잘 써졌네."하셨습니다.


지금 이 그림에 떨어진 먹은 살려서 글씨를 쓰기에는 너무도 어려운 위치에 먹물이 떨어졌습니다. .......
아아아~~~~~ 어찌 해야 하나요?
저는 지금도 어려운 처지에 빠질 때에는 그 때를 생각합니다.

이 그림의 밖에 있는 서예가(아마 저일지 모르겠지만요.)는 이제 중심추를 늘어뜨려 붓길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한 다음 마음을 모아 글을 써 내려가겠지요.

저는 지금 이런 보석돌이 있다면 금년 초에 작고하신 아버지의 신주를 만들고 싶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 나서 처음 맞는 추석이 돌아옵니다. 날이 갈수록 아버지가 그립습니다.


출처[포털아트 - juri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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