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8일 월요일

오광호의 무희 미인도를 감상하며


오광호의 동물그림과 인물그림에는 그윽한 깊이가 서려 있고 은근하면서도 풍부한 표정이 담겨 있어 이와 견주어 그를 당해낼 화가가 북한의 현존작가 중 과연 얼마나 있을까? 조선화가로서는 김성민 정도가 그의 유화 인물화에 대응하지 않을까 싶다. 원색계열의 보색대비의 푸른 치마와 붉은 저고리 만으로는 자칫 북한식의 촌티를 벗어나기 어려웠을 것이지만, 오광호라는 화가가 미인에게 불어넣은 표정과 함께 그런류 색깔의 옷이 어울리면 사정은 달라진다. 오히려 그 보색으로 인해 인물이 미적으로 더욱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강렬한 미감을 발산하게 된다.
이는 인물 자체의 완벽한 묘사와 그녀의 표정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자신감 있는 미적 자태와 인간미 넘치는 내면의 고상한 아름다움까지를 훌륭히 담아내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의 미인도를 보면 미녀의 얼굴에는 한결같이 각이 드러나 있지 않고 달덩이 같이 원숙한 인격을 갖춘 이상적인 미인의 형상이 떠오른다. 이 미인 무희의 얼굴도 대낮에 뜬 둥그런 보름달을 연상케 한다. 그리고 이 무희의 춤사위는 전통적인 사뿐한 발걸음과 손의 경쾌한 움직임이 인물의 고혹적인 우아미와 더욱 깊이 있는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전통 한옥의 배경과 맑은 하늘빛은 여인의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더욱 선명하고 인상적으로 부각시켜 주고 있다.
오광호는 북한이 자랑하는 천재화가 오은별의 아버지다. 오은별은 천재성에 있어서는 아버지를 능가할지 모르겠으나 그림의 깊이 면에서는 죽을 때까지 그의 아버지를 따라잡기가 어려울 것이다.

출처[포털아트 - jangra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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