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만기님의 장독대를 재경매로 낙찰 받았다. 이번 달에 다른 그림을 집에 들여 놓은 터라 이번 경매는 욕심내지 말아야지 단단히 다짐했었다. 그런데 심만기 선생님의 장독대를 보고는 그 다짐이 산산이 무너졌다.우리 할머니의 집터와 장독대가 떠오르면서, 할머니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머리수건을 두른 채 빨래를 널고, 멍석에 고추를 널고, 장독대를 정갈히 닦아주시곤 했었다. 방학 때 찾아가면 큰 손녀라고 아주 예뻐해주시며, 별미인 팔칼국수랑 호박잎쌈도 그 자리에서 뚝딱 만들어 주셨다. 그 할머니의 마당이 그림 안에 있었다. 몇 개의 선으로 간략하게 처리한 인물과 대상은 오히려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 일으켰다.
그림을 걸어 놓으며, 남편이 빨리 화가분께 편지를 쓰라며 말을 던졌다. "마치, 화가분의 마당에 앉아 았는 것 같거든. 이 빨래를 다 널고 나면, 아마 마당에는 노을이 지고, 엄마는 아궁이에 불을 떼며 자식을 위한 저녁을 준비할 것 같아." 남편의 그림에 대한 첫 감상이었다.
얼마 전 사는 것이 갑자기 어색해지고 무서워진 적이 있었다. 전장에 나가서 싸우는 병사처럼 항상 긴장하고, 마음을 풀어 놓지 못하는 내 자신을 발견했던 것이다. 더 허리띠 졸라매서 경제적 여유를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겠고,괜찮은 노후를 맞이하려는 준비도 해야겠고, 아이들은 더 씩씩하고 야무지게 자랐으면 좋겠고, 남들 다하는 마음 고생일랑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라는 바람 때문에 항상 두근두근하며 뻣뻣하게 살아왔다.
그러한 나에게 이 그림은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고, 마음 편하게 살아도 좋다라고 내 마음을 다독거려준다. 특히 빨래걸이의 지주목에는 성황당 오색띠가 둘러져서 그 집안의 안녕과 평안을 빌어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소박한 밥상을 앞에 둔 듯 편안하게, 그림을 앞에 두고 오후 내내 앉아 있을 수 있었다. 이 그림을 선뜻 내주신 이전 소장자와 낙찰의 기회를 만들어 준 포털아트에 감사한다.
출처[포털아트 - sh9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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