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23일 금요일

금강산 장수창 바위를 바라보며


이제까지 본 금강산의 형세치고는 가장 날카롭다. 안팍이 온통 베이고 찔릴 듯한 바위산이다. 금강산의 장수창 바위를 검색했건만 불행히도 이 그림뿐이 안 보인다. 실물과 비교해보고 싶었는데, 실물 보다 과장해서 그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왜냐하면 북한에서 회화성을 가장 강조하는 화가이기 때문이다. 피사체의 사실적 측면 묘사 보다 그 특징을 돋구어내고 강조하는데서 회화성 높은 화가는 희열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그러하다. 그것도 색감으로써가 아닌 묵화의 형상적 측면 속에서만 진검 승부를 내는 것으로 봐서 더욱 더 부각되는 그의 기질적 개성이 물씬 풍겨온다.
금강산 칼바위만 볼 때는 이 노화가가 어쩌다 이런 그림도 그리네 하고 생각했는데, 창바위를 보면서 이 방면으로도 충분히 일가를 이룰 만한 화가로 평가받을 만하다. 이외에도 예시된 그의 그림들 속에서는 시커먼 암흑산들이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창 중에서도 장수창이라는 명칭은 평범한 창이 아니라 빼어난 장수된 창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과연 창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면서 마치 하나의 산이 쪼개지듯 험악하게 갈라져 있다. 제우스의 번개라도 내리꽂힌 후유증을 보이듯이 구름 먼지가 풀풀 날리고 있다.
정영만 화가가 이런 대선배의 내공이 끓어 넘치는 실력을 보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과연 보았다면 박제일에게 경의를 표했으리라. 정영만 본인만이 특화된 형태의 그림 스타일인 줄 알았건만, 실은 그에 못지 않게 채색이 약간 가미된 묵화 형식의 날카로운 웅장한 산세를 대선배가 이렇게 옹골지게 표현하고 있었을 줄이야 하고 놀랐을 것임에 틀림 없을 것이다. 그리고 박제일 화가의 묵화 바위산은 산세의 가파름이 더욱 심하고 푸른 빛이 감돌고 있어 을씨년스럽고 더욱 고독해 보이기까지 한다. 마치 화가 자신의 입장을 은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미친다.
오로지 명암 표현에만 의지한 명암 표현주의 기법은 참으로 독특한 매력과 심산유곡 만큼이나 심오한 인상을 안겨준다. 요즘 남한에서는 모노톤 회화가 선풍적으로 유행하고 있지만, 우리 선조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모노톤의 수묵화 그림을 자기 수양 삼아 즐겨 그리고 있었고 북한에서도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런 류의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최고의 국내외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정영만과 박제일 모두 국보급 화가의 대접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출처[포털아트 - jangra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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