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의 초상화 화법에서는 서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극사실주의적인 전통이 확립되어 있었고, 더 나아가 전신사조(傳神寫照) 이론과 배채법(背彩法)의 회화 기법이 적용되었다. 초상화를 그릴 때 터럭 한올까지 빠뜨리면 안된다는 철저한 사실주의 정신에 충실했으며, 인물의 외형만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내면세계 즉, 인물의 정신, 기운 그리고 인격 등을 표출해 내야 한다는 '전신사조'를 구현하였다. 초상화나 불화에서 살아 있는 사람의 얼굴 살색처럼 자연스럽고 은은한 색감의 발색 비결은 배채법이다. 얼굴 등에 채색할 때 비단이나 화선지 화면 뒤쪽에서 흰색을 칠하고 앞쪽에 다시 엷게 붉은 색이나 황토색 계통의 색을 칠함으로서 중간톤에 의한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살색 표현과 깊이감을 나타낸 것이다. 그리고 바탕색은 여인 초상의 경우 옅은 연녹색을 종종 사용하였고 대부분은 은은하고 연한 황토색 계열로 하여 인물의 입체감의 보장과 배경과의 자연스러운 일체감을 돋보이게 하였다.
허영의 유화 초상화에서도 전래의 동양화 초상의 연한 연록색 배경을 깔고 있다. 허영의 색채 표현의 두드러진 특징은 색채의 부드러운 계조와 본색 위주의 색통일이 품격 있게 발현된다는 평가다. 이 그림에서도 여인의 분홍 저고리의 옷고름마저 동일한 분홍빛으로 통일되어 단아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안겨주고 있다. 그는 색면 분할시의 거친 터치와 두터운 질감의 유화맛이 듬뿍 나는 표현을 지양하고 원만한 굴곡과 이어짐으로 처리하고 있다. 보름달 같은 여인의 둥그스름한 인물 형상 표현에서도 부드러운 색조와 함께 온유한 이미지가 두드러지고 있다. 도톰하고 자연 미감의 붉은 입술에서는 여인의 미적 형상의 백미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다소 충혈된 눈빛은 생활 전선에서 강인한 주부와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강조해 보이려는 듯하다.
허영은 얼굴을 비롯한 인체의 모든 형상에서 자연환경에 의해 변화된 색이 아니라 고유하게 느낄 수 있는 본색을 위주로 하는 채색 방법을 살려 색대비 관계를 의도적으로 폭 넓게 설정하였으며, 고유한 민족적 색채 감정이 짙게 나타나도록 노력한 화가라는 칭찬 세례를 받아왔다. 허영의 유화는 색채와 정서, 형상 표현에서 조선화처럼 선명하고 간결한 인상을 준다는 평가에 다름 아닐 것이다. 마치 인상파 화가들의 주특기인 빛과 대기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색채 표현에 반기를 든 세잔 화가의 본색 위주의 색채 구사력에 대한 평가와 유사한 비평의 시각이다.
북한 여인네들은 북한 남정네들의 마초적인 성향을 감싸안고 용인할 정도로 여인으로서의 후덕스러운 여유와 성정을 아직도 견실히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사회에서 배급제가 거의 끊긴 가운데 시장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기류 속에서 요즘은 시장에서 가정 생계를 책임지는 부인들이 많아져서 종전의 남편과 부인의 위상이 뒤바뀐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남편과 부인에 대한 종래의 가치관의 혼란상을 피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에 처할수록 서로를 위하고 보듬어가는 따뜻하고 합심하는 마음으로 어려운 삶을 타개해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출처[포털아트 - jangra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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