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직선생의 송화는 한 서너주전에 재경매에 나왔다가 새로운 소장자를 찾지 못했던 작품이다. 그 때 발품을 팔아 직접 작품을 보았다. 거대했다. 말이 편해 99호다. 그림 크기만 177cm x 101cm인데 만약 표구를 한다면 족히 2m 가까울 크기가 될 꺼다. 어림짐작으로 베란다로 나가는 출입문만 하리라. 그림 한편에 찍힌 낙관 하나의 크기만 어른 주먹만 하다. 이 그림을 걸려면 집안에 딱 한자리가 남아 있는 데, 그 자리는 오래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는 선우영 선생의 그림 두 점을 나란히 걸기로 작정한 자리였기 ��문에 갑자기 눈에 들어온 김상직 선생의 송화를 걸 수 는 없는 일이었다. 고민 고민을 하다 결국 포기했다. 이미 집안에 김상직 선생의 아주 특별한 작품 2점이 나란히 걸려 있으니 충분하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러면서 한편에서는 대가의 대작을 눈 앞에서 떠나 보내는 아쉬움도 컸다.
그러던 차에 이 작품이 다시 온라인 전시장에 나온 것을 봤다. 컴퓨터 화면 가득히 그림을 키워 놓고 한 이틀을 틈나는 대로 보았다. 아깝다. 놓치면 참 아까울 꺼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화는 물론 여타의 전통 회화들은 큰 대상을 작은 화폭에 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그림은 반대다. 꽃송이 하나하나, 벌레, 솔잎들이 몇배로 확대되어 그려진 작품이다. 분명 큰 붓으로 99호의 화폭에 쓱쓱 쳐내려 가듯이 그려졌을 꺼다. 정말 몰골의 진수다. 얼마나 깊은 내공과 강한 외공을 가져야만 이렇듯 대상을 확대해 나가면서도 균형감을 잃지 않는 거대한 연출을 그려 낼 수 있을까? 이런 류의 그림은 유화에서도 수채화에서도 아크릴화에서도 찾기 어렵다. 조각 분야나 러버덕과 같은 설치예술 분야에는 대상이 확대된 작품들을 어렵지 않게 본 적은 있으나, 소위 회화 특히 조선화에서 이런 연출하에 탄생한 작픔은 아주 드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아주 짧은 식견으로는 김상직의 작품 중 몇 편만이 그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대가들 중 미친 두 화가 중 한 분인 김상직 답다. 몰골화답다. 거기에 송화미술원을 만들고 원장을 역임한 김상직이 송화라고 작품명을 정한 작품이다. 눈 질끈 감고 경매요청을 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고 또 넘쳤다.
작품을 집에 가져와 조심스레 펼쳐 본다. 좋다. 참 좋다. 잠재적 경쟁자이셨을 여러 회원분들도 작품의 크기에 주저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이 작품을 직접 보실 기회가 없으셔서 이 그림이 뿜어내는 광기의 힘을 느끼지 못하셨을 수 도 있다. 내게는 참으로 다행이다. 이런 작품을 경쟁자없이 홀로 차지 할 수 있었으니…
이런 작품은 한 5미터 밖에서 봐야 더 큰 느낌과 재미가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마련할 때 까지는 아쉽지만 소중히 보관만 해야 할 것 같다. 현실의 제약으로 이런 작품을 가까이 걸어 두고 늘 감상하지 못함에 김상직 선생에게 죄송한 마음이다.
출처[포털아트 - j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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