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만 작가는 빛의 화가로 불린다. 그림을 이미지로 볼 때와 실물로 보는 느낌이 다를 때가 있다. 사진으로 볼때는 베네치아의 에메랄드빛 강물과 고단한 노동에 잠시 쉬고 있는 두 개의 곤돌라가 눈에 들어 왔다면, 직접 보는 그림엔 오히려 물 속에 지어진 집과 햇살을 받은 창문에 시선이 오래 머문다. 수백년을 이어 온 집의 주인은 바뀌었지만 사람들과 함께 한 삶의 흔적들은 남아 있을 테지. 손때 묻은 가구와 오래된 찻잔과 낡은 초상화를 담은 액자며 뮤라노 섬에서 만든 유리쟁반엔 탐스런 과일이 담겨 있을 것이다. 물위에 우뚝 선 건물에 난 사각의 빛을 받은 창들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상상하게 해주는 생각의 통로인 셈이다. 그러고 보니 왜 제목에 '대화'란 말이 들어 있는 지 이해할 것도 같다. 작가는 곤돌라 선착장에 앉아, 저 오래된 건물 속에 살고 있을 사람들과 그들과 함께한 보석처럼 빛나는 삶의 흔적들과 대화를 하는 꿈을 꾼 걸거야.
출처[포털아트 - BagPac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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