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날 동안 이그림을 응시해 왔다. 시원한 그늘이 드리워진 은밀한 초원과 맑은 샘물. 산 비둘기가 모여드는 계곡에 두마리의 호랑이가 맑은 샘물로 목을 축이고 있다. 낮잠이라도 주무셨나? 아니면 어디 데이트라도 마치고 돌아왔나? 주저주저하며 물가 멀리 발을 디디고 목을 쭉 늘여대며 깔짝깔짝 물을 핥는 호랑이. 마치 나를 닮거나, 소극적인 딸의 성품을 닮거나. 우락부락하게 성큼 발을 딛고 맛있게 물을 핥는 호랑이. 마치 우리집 호랑이아줌마를 닮았거나, 범같은 큰 딸을 닮았거나. 글쎄, 이 우물가로 친구나 계곡에서 만난 신참을 데리고 왔는지, 물마시는 자세가 참으로 걸작이다. 파자마 입은 아줌마처럼 인간답게 그 늘어진 품새가 내게 많은 의문을 품게 했다. 그것을 해석하려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아직도 진행중이다.
잠을 자면서도 이 호랑이가 물마시는 모습이 떠나지 않았다. 내게로 올 예감이었던 모양이다. 이제는 자주 보게 되겠지만 '풋'웃음이 나왔다. 이처럼 호랑이가 희극적인 자세로 물마시는 그림,그것도 82호의 크기 대작은 이 그림이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할 것이다. 거기에 '김정태'라는 화가가 이 그림을 그렸다면 분명 무슨 이유가 있었을 것이 분명한데, 그것을 아직도 모르겠다.
실물처럼 보이는 호피를 헐렁하게 입은 웃기는 호랑이 그림을 화랑에 아크릴액자로 맡기고 오고나서도 그 장난스러운 호랑이들이 궁금하다. 더운 날씨때문에서라도 그 맑은 샘물도 마시고 싶다. 얼마나 시원할까?
분명 그림액자가 완성되면 거실 소파 뒤편에 걸어둘 것이다. 그리고 그 앞쪽에 앉았다가 불쑥 일어나 볼 것이다. 얼마나 재미있는 상상인지. 나이를 먹을 수록 근엄하기보다는 이처럼 실속없이 희극적이 되고 싶은 이유를 모르겠다.
내가 보아서 좋은 그림. 피식 웃음이 나오는 그림, 걸죽하고 생생한 호피가 남아도는 그림으로 웃음과 여유있는 삶이 된다면 이 그림이 분명 훈장매달감이 되었을 것이다. 포탈아트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출처[포털아트 - xopow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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