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3일 목요일

한겨울에 싱그러운 초여름을 떠올리다


한국화, 서양화, 칼리그래피적 요소가 모두 함축적으로 포함되어 하나의 형상미를 추구하는

김동구 작가의 독특한 장미그림 '넝쿨장미' 6호를 품에 안았다.



최광선 화백님의 장미에 관한 세미나를 들은 뒤부터

최화백님의 장미그림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분들의 장미 그림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내 눈길을 한순간에 잡아버린 작품이 바로 이 '넝쿨장미'이다.



장미의 계절이라는 5월에 담장이 있는 곳이나 대문간 어귀에 빨갛게 무리지어 피는 넝쿨장미는

어린 시절의 나에겐 행복한 가정을 대변해주는 상징물과도 같았다.

초여름의 싱싱한 생기를 담뿍 담은 붉은 장미가 어딘가로 쭉쭉 뻗어나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강렬한 생명력을 발산한다.



이 장미가 왜 그리 독특하게 느껴질까? 곰곰이 생각하며 찬찬히 그림을 보니

배경에 가득 찍혀있는 진밤색 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하~, 바로 이것때문인가?!

붉은 꽃잎을 제외한 초록잎사귀와 줄기, 황토빛 담장이 연상되는 뒷배경에도 모두

진한 밤색 점들이 촘촘히 박혀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초록잎이라도 다 같은 초록이 아니다.

빛을 얼마나 받느냐에 따라 하양, 연두, 초록, 진초록으로 변화하며

장미꽃의 색깔 또한 선홍색, 분홍빛을 품은 붉은색, 검붉은색 등으로

다양한 붉은색의 스펙트럼을 보인다.

작가가 인상파적 기법을 그림에 가져온 결과이다.

인상파 이후에 중요시 된 빛을 화면에 과감히 수용하여 빛과 사물의 관계를

중요한 조형적 언어로 제시 하고자 한다는 작가의 의도가 그림 안에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국보 보물 민속자료 등 국가 문화재 복원 및 보존 처리를 200여회나 작업하신

특이한 경력을 지니신 작가분답게 그 아우라에서 뻗어나온 넝쿨장미의 기운이

다른 어떤 장미들과 차별되는 독특함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유난히 추운 올 겨울,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싱그러운 초여름을 떠올리게 만드는 귀한 작품을

난로처럼 가까이 둘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


출처[포털아트 - malg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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