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5일 수요일

뒤로 미루는 감상의 변


같은 민족이로되 체제를 달리하는 영토 속에 거하는 이유만로 그 어느 나라의 화가보다 멀게만 느껴지는 북한 작가의 작품, 드디어 오늘 저희 집 품안으로 모셔오기로 작정하였습니다. 사조상으로는 저 멀고 먼 고전적 사실주의 작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북한 화단, 주제와 소재만큼이나 붓과 Oil Paint라는 재료의 단순성으로 인하여 세계적 주류화단에서 너무나도 멀리 비켜서 있음은 물론 기교적 천재성조차 외면당하고 마는 북한 화단의 현실, 기본기로 치자면 그 어느 장르보다 그 우열을 가리기 용이한 사조이거늘 철학을 중심으로 한 사회정신의 변화에 따라 다종다양하게 변화된 예술사조의 현실적 갈래들을 오로지 사실주의적 기록화로 통합하고 일관하는 저 주체적 예술정신, 외람되고 안타깝지만 이것이야말로 현실의 북한 화단을 요약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명화가".... 포털아트에서 김상훈화백님을 지칭한 표현입니다. 필시는 김상훈화백님의 장르를 일컫는 말일진데 한편으로는 그 옛날 동네 이발소 벽에 걸려진 프린팅 풍경화가 떠올려짐은 이 또한 무슨 해괴한 상상이던가? 또 한편으로는 일찌기 사회 초년병 시절 출장 마치고 귀로에 오르던 중 장사아치의 애절한 권유에 힘입어 우리 외동딸 유년기 다할 때까지 머리맡을 지켜주었던 렘브란트의 영인본 명화 한점 불현듯 떠올려짐은 이 또한 무슨 중의적 상상이던가? 잘 짜여진 구도와 섬세한 붓터치만큼은 가히 조선팔도 진경산수의 맥을 잇고 있다 하여도 결코 과장됨이 없거늘, 화중관조의 내 마음 한구석 애매함과 아쉬움 메울 수 없음은 아마도 얄팍한 인상주의적 그림 몇 점과 그에 대한 대가들 평론의 서설 언저리만 표박해 온 내 현학의 댓가이리라. 생경한 화가의 작품을 한점 구입하였다는 신기함 구태여 감출 수 없다 하겠으나 진정으로 바라건데 이 작품 저희 집에 걸리우면 진정 극 사실주의적 터치 하나 하나, 옴니버스식 구도 하나 하나 눈과 가슴에 새기며 김상훈화백님과 하나될 때까지 감상하고 또 감상해 보겠습니다. 그런 연후 득도의 감상경지 닿았다 확신이 들면, 그 때 저 가슴 밑바닥부터 우러나오는 감상의 변을 일필휘지토록 하겠습니다. 부디 그럴 날이 올 수 있도록 열심히 감상하겠습니다.

출처[포털아트 - yci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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