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주인공은 부용이다.
화폭을 가득 채운 연잎 사이로 부용은 고려 수월관음도의 사라처럼 투명하게 떠있다.
연잎은 녹색으로 불붙는 듯하다. 가장자리의 거뭇한 갈색과 어우러져 녹색이 얼마나 화려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연 밥이 여물면 여름 한 철을 뒤덮던 연 잎들은 스러지고 목이 꺾여 물에 잠긴다. 가을의 퇴락을 여실히 드러내며 물빛을 검게 물들인다. 그 가을이 미리 당도한 듯, 밝은 녹색은 더욱 치열하다.
연 잎을 배경으로 연꽃은 투명하게 아른거린다. 묘한 반전이다. 넓고 탄탄한 연 잎과 강한 줄기는 크고 단단한 꽃잎을 피워 올리기 마련인데 부용의 연꽃은 물성을 벗어난 환영처럼 느껴진다.
연 잎의 존재감과 대비되며 연꽃은 물에 뜬 달처럼
떠오른다. 관세음보살을 감싼 사라 천에 직조된 동그란 문양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림을 보면서 오래전 수월관음도를 처음 만났던 날의 매혹을 문득 기억해냈다.
물론 다른 그림을 떠오르게 해준다는 이유만으로도 이 그림 부용에 꽂힌 내 마음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
이 그림을 보며 일년 중 고작 한달 정도 볼 수 있는 연꽃에 대한 아쉬움을 채워 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한여름이 되면 연꽃을 피웠을 풍경을 찾아 여전히 길을 나서겠지만
부용을 만나게 된 이후 내가 보게 될 연꽃들은 이전과는 달리 보일 것이다.
중국화가에게 특별한 관심이 없었던 터라 이곳이 아니었으면 만날 수 없었던 그림, 소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포털아트에 감사드립니다.
출처[포털아트 - tit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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