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림을 볼 때 작가나 작가의 이력을 우선 하지 않는다.
나름대로의 기준에서 볼 때, 어느 작품이 마음에 들면 그 다음에 작가가 궁금해지고 이력을 따져 본다.
포털아트에서 이 그림을 발견 한 순간 0.1초 사이에 이미 내 마음속에선 '내 것이다' 고 결정해 버렸다.
이원진 화백의 누드화.
수줍은 듯 살포시 내려깔린 시선, 조금은 우울한 듯 우수에 찬 표정, 괜스레 옷을 벗었다는 부끄러움으로 아직은 갈등이 남아 있는 듯 한 표정, 그래서 발갛게 물든 양쪽 볼, 그래도 꼭 다문 입술에서 프로패셔널 다운 결의를 엿 볼 수 있다.
부드러운 어깨선을 따라 앞쪽으로 시선을 조심스럽게 옮기면, 연꽃봉오리 터질 듯 한쌍의 유방이 탱탱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금까지의 표정과는 달리 마치 마이산과 같은 근엄함과 굳건함이 생동감을 넘치게 한다.
그 당당하고 건강한 불륨감이 어떠한 망설임도 잊게 해 준다.
'화가 앞이고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라면 옷을 벗는 것쯤은 대수롭지 않아요.'
고속도로마냥 쭉 뻗은 모델의 양쪽 팔에서 상쾌함이 가슴으로 전해진다.
그 시원함과 청량감에 도취됨도 잠시… 잘록한 허리쯤에서 숨을 돌리다 보면 풍요롭고 여유로운 엉덩이의 곡선을 마주하게 된다.
지금 이 앉음새는 여성들이 일상생활에서 편안해하는 자세가 아니던가?
다리를 접고 앉아 있는 불편한 자세이나 왠지 모르게 무한정 신비로움을 머금고 있다.
화면의 바탕을 메우고 있는 두 가지 색깔.
검은색과 붉은색.
검은 색은 신비로움을 더해 주는, 무엇인가 비밀을 잔뜩 간직하고 그 비밀을 감추어 주는 꺼튼과 같은 역할을 한다면, 화려하게 치장한 듯한 붉은 색은 이 모델의 내면에 뿌리박힌 샘솟는 정열과 삶의 행복을 희구하는 희망을 나타내고 있다.
나는 이 여인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향기를 맡을 수 있다.
그림 앞에 서면, 청량사 풍경소리에 실려 오는 풋풋하고 송진 냄새 가득한 솔내음도 맡을 수 있다.
그러나, 진정 고백컨대
나는 이 그림을 그녀의 시선과 배경의 색 때문에 더 비싼 값이라도 치루었을 것이다!!!
출처[포털아트 - chun9173]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