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28일 화요일

들꽃 같은 내 사랑아!(장용길의 그림엔 이야기가 있어 좋다Ⅱ)


고향을 떠나 온지 벌써 2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시골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후 곧바로 서울로 올라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장에서 죽은 듯이 일하며 이곳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지금 고향엔 나의 피붙이가 아무도 없다. 몇 해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처음으로 고향을 찾아 장례를 치르고 왔다.
그리고 어느 날 오후, 공장 직원이 나를 찾아 온 손님이라며 한 사람을 데리고 왔다.
그의 손에는 낡은 편지봉투가 있었는데, 그 것은 오래전 내가 어머니께 보낸 편지의 봉투였다.
자세한 영문은 몰라도 아마 돌아가신 어머니와는 각별한 사이었나보다.
두 번쯤 내가 보낸 편지를 이 처자가 대신 읽어주었고, 어머니는 왠지 몰라도 그 봉투를 이 처자에게 가지고 있으라고 맡겼단다.
어머니 장례를 치르는 동안 묵묵히 동네 사람들을 접대하던 처자가 바로 이 처녀였다는 걸 이제야 알아 차렸다.
……
……
나는 앞으로 5년 후에는 이 그림에 나오는 어머니가 살던 나의 고향으로 내려 갈 것이다.
창고처럼 생긴 오막살이집은 아직도 튼튼하며 통장을 몽땅 헐어 사들인 주변 묵밭은 일구어 농장을 만들 계획이다.
요즘은 두 달에 한번쯤 틈을 내어 어머니가 점찍어둔 며느리와 데이트도 한다.
자전거와 강아지는 어머니가 이 처자에게 물려준 선물이다.


출처[포털아트 - chun9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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