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좋은 그림은, 그림이 먼저 내 안에 안기고, 내가 그림에 안기는 그림이다. 림용순의 '천고일모한산심(天高日暮寒山深)'을 처음 봤을 때, 그림이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림 속의 두 노인은 무거운 짐을 지게로 져나르고 서둘러 귀가하는 길이다. 품삭으로 얻은 몇 푼으로 며칠은 가족을 굶기지 않을 수 있다는 작은 기쁨이 그들의 빈 지게에 얹혀져 있다. 그러나 '일모도원(日暮途遠)', 날은 저물고 길은 멀어 난감한 상황, 게다가 눈발마저 날린다. 주름이 깊게 패인 두 노인은 담배를 붙여 문다. 행여 바람에 꺼질까 두 손으로 바람막이를 만들고... 담배를 문 노인의 입가에 머금은 미소... '천고일모한산심(天高日暮寒山深)', 이 그림에는 긴 이야기와 짧고 명쾌한 진실이 압축되어 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배려만 있으면 세상은 살 만한 것이다.
출처[포털아트 - kimwhank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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